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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석유패권 흔들…
    2011-04-05 9998 회

[이슬람권 300년 만의 지각 대변동]

중동 석유패권 흔들… 사우디 "유가 마지노선은 120달러(4월1일 현재 배럴당 118달러)"

입력 : 2011.04.05 03:31 / 수정 : 2011.04.05 09:4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05/2011040500174.html

[2] 석유… 세계 경제 위축 안 시키며 산유국 이익 보는 마법의 가격
민주화 시위로 유가 치솟자, 사우디 "증산 가능" 긴급 발표
서구는 "능력되나"며 의구심… 중동의 유가 조정 능력 약화

사우디아라비아의 개혁 세력이 '분노의 날'로 정해 대규모 시위를 계획한 지난달 11일 사우디 왕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동부 호푸프 지역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호푸프는 사우디 전체 하루 원유 생산량(900만배럴)의 절반이 넘는 500만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유전인 가와르유전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혹시라도 반정부 시위의 불똥이 이 유전에까지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사우디는 석유가 전부인 나라다.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45%, 정부 수입의 75%가 석유사업에서 나올 만큼 석유 의존도가 높다.

중동 산유국들에 석유는 힘과 국제적 권위의 상징이다. 서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중동 산유국들은 1·2차 석유 파동을 통해 석유의 힘을 절감했다. 그러나 중동 산유국들에 석유는 양날의 칼이다. 유가가 오르면 당장 수입이 늘어 좋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론 세계 경제를 위축시켜 석유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적정 유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도이체방크·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은 유가가 120달러를 돌파하면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22일 압둘 카림 알 루아이비 이라크 석유장관도 "전 세계가 감당할 수 있는 유가 수준은 배럴당 120달러"라고 말했다. 2008년 7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자 세계 각국에서 석유 소비가 줄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지난달 초 밝힌 증산 방침에는 유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사우디 왕가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사우디 실제 증산 가능성에 의문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은 '추가 원유 생산능력'에서 나온다. 추가 수요가 발생했을 때 즉시 공급 가능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능력이야말로 중동 산유국들이 국제 원유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중동사태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추가 생산능력도 위협받게 됐다.

중동 추가 생산능력의 주축은 산유국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사우디이다. 사우디는 지난달 8일 '350만배럴의 여유 생산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리비아가 내전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하루 160만배럴의 석유 생산이 중단되자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카드였다.

추가 생산능력이란 30일 내에 원유 생산에 들어가 최소 90일 이상 계속 생산할 수 있는 양을 말한다. 기존 유정(油井)에서 곧 생산할 수 있는 것과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곧바로 기름을 뽑을 수 있는 유정에서 나오는 석유를 합친 것이다. 350만배럴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체 여유 생산능력의 70%에 달한다. 리비아의 석유 수출 감소량(하루 160만배럴)에 국제에너지기구가 예상한 올해 석유 수요 증가분(하루 150만배럴)을 감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하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지난 1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18.64달러로 2008년 8월 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의 여유 생산능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가 사우디의 실제 증산능력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도 이미 중동 민주화 시위의 영향을 받고 있다. 동부지역에서 소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이 같은 시위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129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사우디 유가 조정능력 약화될 수도

중동 민주화 바람이 계속된다면 사우디 정부의 재정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복지와 경기부양책이란 당근을 계속 늘려야 하기 때문. 그렇게 되면 사우디가 수십억달러가 들어가는 추가 원유 생산능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우디의 유가 조정능력이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를 제외한 나머지 OPEC 산유국의 원유량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의 여유 생산능력은 각각 30만배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알제리 등은 증산에 적극적이지도 않다. 결국 사우디가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OPEC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사우디는 중동의 유가 통제를 위한 고삐를 놓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30~220달러선까지 오를 것으로 석유 동향 분석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