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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만 원유유출 50일, 아직도 차단 못하는 이유는?
    2010-06-13 10288 회

[그것은 이렇습니다] 멕시코만 원유유출 50일, 아직도 차단 못하는 이유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10/2010061002507.html

김신영 국제부 기자 sky@chosun.com

입력 : 2010.06.10 23:07 / 수정 : 2010.06.11 00:37

바다밑 1500m 油井에 뚜껑 씌우기·고체쓰레기 막기 모두 실패
감압유정 설치가 마지막 희망… "캄캄한 밤에 바늘에 실꿰기"

Q 미국 멕시코만에서 영국 석유회사 BP의 석유 시추시설 폭발로 기름이 유출되고 있는데 이를 차단하려는 시도가 모두 실패해 기름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사고 발생 50여일이 지났는데 왜 기름유출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어떤 방법으로 기름유출을 막으려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언제쯤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서울 강남구 독자 이지연씨


A 이미 보도한 대로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은 지난 4월 20일 영국 석유회사 BP가 운영하던 시추시설 딥워터호라이즌(Deepwater Horizon)호가 폭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시추선 작업자 등 11명이 사망한 폭발사고는 시추 파이프 내부에 메탄가스가 고이면서 압력이 급상승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

폭발 후 이틀 만에 시추 시설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고, 사고 발생 4일 후 미 해안경비대가 조사 관측용 로봇을 투입해 바다 밑 유정(油井)과 시추 시설을 연결하는 약 1500m 길이의 시추 파이프에 적어도 두 개의 구멍이 뚫려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루 최대 1만9000배럴을 바다로 뿜어내는 미국 최악의 원유유출사고로 기록된 멕시코만 사고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감압 유정: 해저 밑 매장 기름까지 연결된 지름 약 20㎝의 석유 시추용 파이프에 구멍을 뚫어 새 파이프를 연결, 그 파이프로 기름을 뽑아내는 유출 차단 방법. 사전에 기름을 낚아채면 파이프 내 압력이 낮아져 현재 기름이 유출되고 있는 유정 입구까지 기름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한다는 원리다.

◆하루 최대 1만9000배럴 유출, 서울 면적 40배 기름띠

석유 시추용으로 만들어 놓은 파이프에 뚫린 구멍을 통해 하루 1만2000배럴~1만9000배럴의 원유가 유출되면서 멕시코만은 기름띠로 오염돼 가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수면 관측 데이터와 파이프 절단면을 찍은 동영상, 유출 원유 중 일부를 회수하기 위해 송유관에 부착한 파이프로 흘러들어오는 기름의 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2007년 서해 앞바다를 검게 물들였던 태안 유조선 충돌 사고의 전체 유출량(약 7만9000배럴)이 4일마다 멕시코만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사고 발생 50일이 지난 6월 10일까지 총 유출량은 60만~95만 배럴로, 미국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로 기록됐던 1989년 알래스카 연안 엑손 발데스호 사고의 유출량(약 25만 배럴)의 몇배 이상 되는 수치입니다.

현재 유출된 기름은 멕시코만에 서울시 면적의 약 40배인, 약 2만4000㎢의 기름띠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름띠는 수십만 개의 조각으로 갈라지는 중이며 이미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미 해안경비대는 분석합니다. 지난 8일 미 연구팀이 발견한 바다 밑 '투명한 기름 기둥'도 위협적입니다. 수면으로 떠올라 증발하는 대신 바다 밑 약 900m에, 약 5㎞ 정도 뻗어 있는 이 기름 기둥은 밀도가 아주 낮으며 눈으로는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투명합니다. 이 기름은 바다 밑을 오랜 기간 떠돌아다니며 해저 생태계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차라리 핵폭탄 써라" 의견까지

사고 발생 50일이 넘도록 기름유출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출지점이 바다 밑 1500m나 되는 심해인 데다, 유출차단작업을 석유시추시설 운영자인 BP 혼자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난 뒤 미국 정부는 "모든 책임은 BP에 있다"며 선을 그어 현재 기름유출 차단작업은 BP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BP는 원유유출을 확인한 다음날 유정입구에 비상사태에 대비해 설치해 둔 분출방지장치(BOP)를 가동해 유정차단을 시도했으나, BOP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BP가 설치한 BOP가 깊은 수심에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었거나, 시추시설이 가라앉을 때 손상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BP는 사고 발생 열흘 후인 4월 30일 화학 약품을 뿌려 기름을 녹이는 시도를 했으나, 임시방편일 뿐 아니라 오히려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논란으로 작업을 축소했습니다. 5월 7일에는 기름유출 부위에 콘크리트와 강철을 섞어 만든 4층 건물 높이의 뚜껑 씌우기를 시도했으나 기름을 흡수해야 하는 구멍에 얼음이 껴서 실패했습니다. 5월 16일에는 기름이 새 나오는 구멍 주변에 파이프를 내려 보내 기름 빨아들이기를 하다가 근본해결책이 못된다며 9일 만에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5월 26일부터는 BOP 내부에 밀도 높은 진흙을 쏟아 부어 파이프를 막는 '톱 킬' 방법 및 골프공 등 고체 쓰레기를 투입하는 '정크 샷'을 시도했지만 기름이 계속 새어나와 차단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BOP만 가동시키면 된다"던 BP의 유출차단시도는 50일이 지나도록 단 한 건도 성공하지 못한 상황인 것이지요. 일부에선 "핵폭탄으로 유정을 막아버리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지만, 미 정부는 이 같은 계획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습니다.


◆1㎠당 635㎏의 수압, 바다 밑 얼음…미지의 심해가 실패 원인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시도가 계속 실패하고 있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원유유출 지점이 유정 바로 위인 바다 밑 1500m 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 수심에서의 수압은 1㎠당 635㎏에 달합니다. 엄청난 수압을 뚫고 기름이 솟구치고 있으니, 기름이 분출되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낮은 수온 때문에 기름과 함께 분출되고 있는 메탄가스가 소금물과 섞여 바다 밑에 슬러시(slushㆍ질척한 얼음)를 만들고 있는 것도 차단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는 요소입니다. 이런 극단적 환경 때문에 사람이 직접 들어갈 수 없어, 로봇 잠수정이 보내오는 화면을 보고 원격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차단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2차원 화면을 보고 3차원적인 상황을 가늠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바다 밑 작업은 마치 우주에서처럼,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번처럼 깊은 바다에서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 심해(深海)라는 극한상황에서의 작업경험부족 등으로 차단노력이 계속 실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출 완전 봉쇄 8월 말에나 가능할 듯

BP는 '톱 킬'과 '정크 샷'방식이 실패로 판명된 직후인 지난 4일 손상된 파이프를 절단하고 유정 위에 깔때기 모양의 뚜껑을 설치했습니다. 유정을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지만, 유출되는 기름을 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톱 캡(top cap)'을 통해 현재 전체 유출량의 절반 정도인 하루 약 1만 배럴의 기름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BP는 유출의 완전봉쇄가 현재 작업 중인 '감압(減壓) 유정'이 설치되는 8월 말에나 가능하다고 전망합니다. 감압 유정은 해저 매장 기름까지 연결된 시추용 파이프 아래쪽(해저 약 5500m 지점)에 새 파이프를 박아, 그 파이프를 통해 기름을 뽑아내는 장치입니다. 유정의 압력을 낮춰 기름이 위로 뿜어져 나오지 못하게 막는다는 계획이지요.

두 개의 감압 유정 장치 파이프가 해수면으로부터 각각 2600m, 3685m 지점(5월 말 현재)까지 내려가 바다 밑 모래와 바위를 뚫고 해저 석유시추 파이프를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 마지막 희망이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캄캄한 밤에 바늘에 실 꿰는 것에 비견할 만한 고난도 작업"이라고 분석합니다.

지난해 멕시코만 사고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던 호주 석유시추시설이 폭발했을 당시 이 방법이 시도됐지만, 성공하기까지 네 번 실패했고 10주라는 긴 기간이 걸렸습니다. 감압 유정 설치까지 실패하면 더 이상의 대안은 현재까지는 마련돼 있지 않아, 기름 유출의 피해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