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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키스`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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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죽음의 키스'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입력 : 2010.05.0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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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죽음의 키스'로 불리는 세자릿수 油價, 결국 시간문제일 뿐
'제5의 에너지'는 다른 것이 아닌 '에너지 절약'이다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에 입사한 이듬해인 1973년, 나는 제1차 오일쇼크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2달러에서 13달러로 급등하는 것을, 79년 제2차 오일쇼크 때는 배럴당 15달러에서 35달러로 수직 상승하는 것을 경험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즉시 동력자원부와 정유회사를 중심으로 에너지 비상대책반을 구성한 다음, 이들을 수도경비사령부 인근의 한국전력 공관에서 수개월 동안 합숙하게 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절약 대책', 지금의 에너지 효율화 방안의 전신(前身)이 탄생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1979년 150억달러 수출에서 지난해 3600억달러 수출로 30년 동안 20배 넘게 폭발적으로 커진 데 비해선 에너지 효율화는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제 유가(油價)는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Davos)포럼에서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연내(年內)에 배럴당 90달러, 내년에는 11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자릿수 국제 유가는 세계 경제 회복에 '죽음의 키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데 '국제유가 세자릿수 시대'는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유가 상승이 산유국의 생산량과 재고 영향에 무관하게 경기 지표상 변화에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남서(南西)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회복세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으니 유가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이루지 못하면 정말 '죽음의 키스'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발효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기업들은 내년 9월부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여받고 2012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수입 세계 5위, 에너지 소비 세계 10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6위인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준비 없이 강제로 줄이면 경제 전반에 전례 없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가정의 눈앞에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우리가 그 물결을 올라탈 것인지, 아니면 휩쓸릴 것인지 곧 결판이 나게 돼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기업의 우려를 잘 다독이고 선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다양한 에너지원(源)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9%의 원유·가스 자주(自主)개발률을 달성하는 데 30여년이 걸렸다. 자원(資源) 개발은 이토록 힘들다. 그런데 지금 세계의 자원 확보 경쟁은 '전쟁'이란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중국·인도는 물론, 미국 국방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무기 제조 등에 필요한 아연·주석 같은 전략 원자재 구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일본 미쓰이물산은 올해부터 2년간 자원개발에 143조원을 쏟아붓는다. 자원 전쟁 중에서도 경쟁이 심한 것이 에너지원이다.

온실가스 감축 관련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한국은 지난해 코펜하겐 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개발도상국 중 최고 목표치다. 이 선언에 세계가 경악했다. 세계가 놀란 것은 '한국이 어쩌려고 저러느냐'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그 걱정을 기우(杞憂)로 만들려면 에너지 효율화 관련 기술과 이산화탄소 감축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과 기존 시설의 효율 증가로 세계 에너지의 20%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맥킨지의 분석은 공언(空言)이 아니다. 한마디로 승부는 여기에 달렸다.

올해 초 미국 타임지는 '제5의 에너지'를 발표했다. 불·석유·원자력·신재생에너지에 이은 제5의 에너지가 무엇인지 궁금해 읽어보았다. 타임이 말한 그 제5의 에너지는 다름 아닌 '에너지 절약'이었다. 에너지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에너지 절약이다. 에너지 절약은 새 에너지 패러다임의 한 축(軸)이다. 세자릿수 유가 시대가 현실이 된다고 해도 일류국가형 에너지 절약 시스템만 갖춘다면 '죽음의 키스'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09/20100509521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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