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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달러도 깨진 유가… 싸서 좋지만, 해양플랜트·정유업엔 악재
    2020-04-17 776 회

20달러도 깨진 유가… 싸서 좋지만, 해양플랜트·정유업엔 악재

조선일보

석유제품 수요 세계적으로 위축… 정제비용 안나와 '배보다 큰 배꼽'
해양플랜트 시장은 씨가 말라
항공업계는 운항 자체를 못해 싼 기름값 효과 무의미해져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무너지며 10달러대로 추락했다. 산유국들의 감산(減産) 합의에도 유가는 연일 하락세다. 15일(현지 시각)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2% 하락한 배럴당 19.8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002년 2월 이후 18여 년 만에 최저치다. 6월물 브렌트유도 6.5% 급락한 배럴당 2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CNBC는 "추가적인 감산이 없는 한 추가 유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원유를 전량 외국에서 들여오는 우리 입장에서 저(低)유가는 호재(好材)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가 저유가로 인한 플러스 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높은 경쟁력을 가진 해양플랜트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돼야 발주가 이루어지고 우리 업체들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현재 유가 추이가 계속된다면 수주 자체가 끊겨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원유 시추 펌프 모형.
국제 유가가 2002년 이후 18년 만에 10달러대로 추락했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도 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원유 시추 펌프 모형. /로이터 연합뉴스
 
저유가에 웃던 산업, 이번엔 다르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낮은 원유 가격은 가계·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발(發)' 저유가는 산업 전반에 악재(惡材)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국내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아예 씨가 말랐다. 업계에선 원유 시추선 같은 해양플랜트 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유가 60달러 정도로 보는데, 현재 유가는 손익분기점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감산에 돌입한 중동 산유국들이 당분간 원유 생산 관련 설비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일 것으로 보여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정유업도 휘청대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석유 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제 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 등을 뺀 것)이 크게 나빠졌다. 정제 마진은 최근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 손실은 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용헌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겸임교수는 "정유·석유화학은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증설을 활발히 한 업종이기에 저유가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항공업은 대표적 저유가 '수혜 업종'으로 꼽혔지만 이번엔 다르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1달러 떨어지면 연간 약 385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비용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전체 노선의 약 90%가 끊기면서 이런 효과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경제 전반의 수요 위축으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해운업·운수업 등도 저유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저유가 자체가 일률적으로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예전만큼 저유가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검은 4월' 맞은 세계 석유 시장

통상 공급량을 줄이면 가격이 오르지만, 현재 국제 유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로 급감하는 수요를 막기에는 감산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5일 발표한 '4월 석유 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평균 93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번 달에는 하루 2900만 배럴의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약 1억 배럴)의 30%에 달하는 양으로, 지난 25년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2020년은 석유 시장 역사상 최악의 한 해로 남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달은 '검은 4월(Black April)'로 기억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