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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산 원유가 동아줄
    2020-02-26 349 회

미국산 원유가 동아줄

조선일보
  • 이순흥 기자
    • 입력 2020.02.26 03:10

    [실적 부진 정유업계… 수입 2년새 10배 늘려 13%]
    중동산보다 가격 경쟁력 좋아… 황 함량 낮아 환경규제에 적합

    국내 정제시설, 중동산에 최적화
    미국산 무한정 늘리기는 힘들듯

    지난 19일 SK이노베이션이 수입한 미국산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VLCC)이 울산항에 입항했다. 이 회사는 매달 두 차례 미국산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작년 한 해 들여온 미국산 원유는 총 5720만 배럴로, 전체 원유 도입량의 17.9%에 달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미국산 원유 도입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7년 1343만 배럴에서 지난해 1억3789만 배럴로,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원유 수입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1.2%에서 작년엔 12.9%로 늘었다. 미국산 수입이 늘면서 그동안 80%를 웃돌던 중동산 원유 비율은 2019년 70.2%로 내려갔다.

    미국의 대표적 셰일유전 중 하나인 노스다코타주 바켄 유전.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이 저렴하고 성상이 좋은 미국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대표적 셰일유전 중 하나인 노스다코타주 바켄 유전. /블룸버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의 지난해 미국산 원유 도입 비율은 나란히 17%대를 넘어섰다. 불과 2년 전엔 1% 수준이었다. 정유 4사 중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만 미국산 원유 수입 규모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성비 좋은 미국산 원유

    미국산 원유 수요가 급증한 건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좋기 때문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2018년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랐고, 올해는 석유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순수출국에 오를 전망이다. 셰일 혁명이란 2000년대 중반 미국의 독립 석유업체들이 폐유전에서 지하 3㎞를 파고 내려간 뒤 바위틈의 석유를 퍼올리는 프래킹(수압파쇄법) 기법으로 대량의 원유를 생산한 것을 말한다. 덕분에 전통적으로 중동산보다 비쌌던 미국산 원유가 이제는 더 싸졌다. 24일 기준, 미국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1.43달러로, 중동산 두바이유(54.64달러)보다 3달러 정도 싸게 거래됐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국내 정유사들엔 미국산 원유가 구명줄이 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정제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수송비 등을 뺀 중간 이윤) 악화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나쁠수록 값싼 원유를 도입해 어떻게든 정제마진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미국산 원유 비중이 커진 건 중동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산 원유 도입 더 늘 듯

    미국산은 중동산에 비해 원유의 품질도 좋다. 대체로 고유황·중질유인 중동산과 달리, 미국산 원유는 저유황·경질유다. 올 1월 시작된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 친환경 규제(IMO 2020)로 저유황경유 생산을 늘려야 하는 정유업계의 필요에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수입할 때 3%의 관세가 붙는 중동산 원유와 달리, 미국산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무관세 도입이 가능한 장점도 있다. 서석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은 최근 "미국산 셰일 오일은 황 함량이 낮아 IMO 규격을 충족하는 VLSFO(초저유황선박유) 생산에 적합하다"며 "올해도 (미국산 원유) 도
    입 확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정유업계가 고유황·중질유인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된 정제 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미국산 원유 도입을 무한정 늘리기는 힘들다. 미·중 무역협상 합의에 따라 중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면 가격이 뛸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본격화하면 미국 원유의 가격 메리트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