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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3-19 612 회

미국, '셰일 혁명'으로 세계 패권 굳힌다

김문수 기자 / 기사승인 : 2019-03-19 08:20:31
 
국제사회에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셰일 혁명'에 기반한 자신감으로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튀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은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세다. 복잡하고 예민한 시기, 변화의 물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예기치 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국제사회의 체제 질서와 패러다임의 변화는 늘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 경제흥망, 전쟁, 폭력 등 위험한 이슈들이 국제사회의 힘겨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치 지도자와 지식인, 언론인들이 글로벌 생태환경 변화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질서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마저도 항상 다양한 견해, 엇갈리는 주장을 내놓게 마련이다. 지도자는 누구의 말을 믿고 특정 이념을 따르기보다 다양한 견해를 폭넓게 수렴하고, 예리하게 분석·비판하면서 시대를 꿰뚫는 깊은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질서 변화를 잘못 읽고 엉뚱한 시류에 영합하다 뼈 아픈 역사를 쓴 국가들이 많다. 우리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강점기에 고통을 당한 것도 정치 지도자들이 국제질서를 올바로 읽지 못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참화'였다. 
 
▲ 미국 전역에는 방대한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다. [셔터스톡]
 
국제사회는 지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미국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최근까지 자유민주 진영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는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럭비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수사(Rhetoric)를 동반한 국제정치는 웬만한 정치학자들도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발부터 '미국 우선주의 (American First)'를 부르짖었다. 이 구호는 무서운 힘을 내재 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지금까지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하에 동맹국을 보호하고 함께 공산 진영에 맞서 구소련을 무너뜨리는 등 동맹국 협력으로 '호혜주의'에 기초해 오늘에 이르다. 
 
그런 미국은 이제 동맹도 적도 없다. 오직 자국 이기주의만을 부르짖는다. 이런 '자부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트럼프가 제아무리 능력 있는 정치 지도자라 해도 길어야 8년 재임 기간에 무슨 용빼는 재주로 동맹국도 무시한 채 자국 우선주의를 외칠 수 있을까. 트럼프의 외침은 단순 '오만'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작금의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지구촌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현대문명을 확고하게 주도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유명 저자 조엘 커츠먼은 "미국의 두 번째 세기가 시작되고 있다"며 "두 번째 세기는 미국의 약점인 '오일&가스'를 완벽히 확보한 상태여서 '족탈 불급'의 패권 국가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셰일 혁명'이 국제정치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도래한 국제 신(新)질서를 바르게 읽어야 한다.
 
조지 미첼, 2004년 40년 도전 끝에 셰일 채굴 성공 
 
미 지질학자들은 이미 반세기 전인 1970년대 초부터 미국 영토 내에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LNG)가 셰일(Shale)층에 부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당시 기술로는 지표면에서 3000m 아래에 있는 셰일 채굴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또 향후 채굴 기술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채산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셰일(Shale)은 작은 모래나 점토 크기의 입자로 구성된 층상 구조의 퇴적암이다. 이를 지질용어로 '혈암' 또는 '이판암'이라 부른다. 그런데 미국의 셰일은 이런 셰일층이 켜켜이 원유(Oil)와 천연가스(LNG)를 잔뜩 머금고 있다. 
 
1973년부터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셰일 채굴에 도전장을 내기 시작한다. 셰일 채굴업자 중 유일하게 텍사스지역의 중소 석유회사 대표인 조지 미첼이 40년 가까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한 결과 2004년 채굴에 성공한다.
 
이후 2008년에는 새로운 채굴 기술 완성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새 채굴 기술은 염분이 있는 물과 화학제품, 기름기가 있는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 바위를 파쇄하는 '프래킹(Fracking : 수압파쇄 [hydraulic fracturing])' 기법이다.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인부들이 굴착 장치를 이용해 셰일가스를 추출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은 도처에 너무나 방대한 셰일이 매장돼 그 양을 헤아리기 어렵다. 미국 서부 로키산맥의 동쪽 콜로라도와 유타, 와이오밍 지역을 포괄하는 '그린 리버 분지 (Green River Basin)'에 매장돼 있는 셰일은 지구 총 매장량의 60%인 2조 배럴 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2조 배럴은 현재 미국이 하루 1800만 배럴을 사용 기준으로 할 때 300년 이상 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오펙(OPEC) 산유국들을 몰락으로 밀어 넣고 있는 미국 노스다코타주 바켄(Bakken) 셰일은 그 넓이가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런 엄청난 셰일이 미국 전역에 매장돼 있다.
 
석유 전문가들은 채굴 기술이 더욱 발전되고 더 많은 양의 셰일 암반층을 발견할 경우 '석유 종말'의 시대라는 말은 더 이상 인구에 회자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박스권 유가안정'은 미국의 셰일 혁명 덕분 
 
프래킹 기법으로 노스다코타 주의 바켄 셰일을 뚫기 시작한 날은 2008년 9월 7일. 월스트리트 발(發) 금융위기가 폭발한 바로 그날이었다. 당시 세계는 일제히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중국의 부상을 점쳤다. 심지어 유명 경제학자들은 "중화민족 사회의 뿌리 깊은 전통이 피워낸 유교와 사회주의 체제가 결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한 중국이 20년 내 세계 패권을 거머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산업 및 금융계에서는 "우리는 망하는 그 날 흥했다"는 표어로 '셰일 혁명'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때부터 미국은 셰일을 통한 에너지 혁명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문제는 2008년 당시 기술로 셰일 오일은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다. 여전히 '셰일 혁명'이라고 말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2010년께부터 유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 서 셰일 채굴을 본격화한다. 2012년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200달러를 향해 숨 가쁘게 상승하고 있을 즈음, 업계에서는 너도나도 셰일 채굴에 뛰어들었다.
 
셰일 오일에 위협을 느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이란, 베네수엘라, 쿠웨이트, 이라크 등 오펙 산유국들이 증산으로 유가를 낮추기 시작한다. 오펙이 미국의 셰일을 겨냥한 것이다. 
 
유가가 6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먼저 미국 셰일업계가 타격을 입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기반이 허약한 중소규모 셰일 업자들이 도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유동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대기업들은 더 많은 오일을 생산, 전체 셰일 오일 양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두 번째 현상은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러시아 등 중질유(납과 황 성분이 많은 원유)를 가진 나라들이 급격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고급 경질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참에 가격을 더 낮춰 아예 미국의 셰일 기업을 회생불능상태로 몰아넣으려고 했다.
 
증산을 지속하면서 급기야 국제 유가는 2015년 12월께 4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셰일업계는 이를 기회로 대기업 중심의 질서재편이 일어나면서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결과적으로 2011~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200달러를 향하던 유가 상승이 한풀 꺾이기 시작한다. 고유가 시절 우리는 휘발유 리터당 1900원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후 지금까지 유가는 배럴당 50~70달러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지금의 '박스권' 유가 안정은 다름 아닌 미국의 '셰일 혁명' 덕분이다. 
 
채굴단가, 기술진화로 배럴당 60달러서 37달러로 
 
2012년 셰일 기술은 배럴당 60달러 단계를 벗어나면서 두 번째 진화를 거듭한다. 이로 인해 2014년부터 셰일 혁명이 본궤도에 오른다. 셰일 채굴은 기름 웅덩이 유정에서 기름을 퍼올리는 것이 아니다. 기름때가 낀 바위를 프래킹 기법으로 깨뜨려 암석층에 미세하게 끼어 있는 기름 때, 즉 케로겐(Kerogen)을 녹여 뽑아올린다.
 
이때 녹아 나온 기름때 중에서 오일을 뽑으면 '셰일 오일'이 된다. 또 셰일 암반층 구멍에 스며있는 가스를 뽑으면 '셰일 가스'가 된다. 셰일은 기름과 가스를 동시에 머금고 있다. 프래킹은 바로 이런 '오일&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쉬운 말로 땅속 암석층에 낀 기름때를 뽑아내는 기술이 바로 '셰일 혁명'의 근본인 셈이다. 
 
 ▲ 방대한 셰일가스가 매장된 미국 전역에는 수많은 관련 굴착 장치가 시추를 위해 설치돼 있다.[뉴시스]
 
셰일업계는 진화한 셰일기술을 기반으로 채굴단가를 기존 배럴당 60달러에서 50달러로 낮춘다. 2016년 중반께는 획기적인 세 번째 진화로 이어지면서 채굴업자들은 배럴당 단가를 37달러까지 낮추는 그야말로 '셰일 혁명'을 이룩한다. 미국 셰일 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다음으로 가장 값이 싸다.
 
미국 셰일업계는 '일주다기(Multilateral drilling)' 방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미국 셰일 채굴 기법은 거의 '예술'에 가까운 경지로 진화를 거듭한다. 이때부터 미국 내에서는 '셰일 혁명' 이라 부르며 업계와 정부 당국자들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일주다기 방식이란 글자 그대로 하나의 기둥에 다양한 갈래 길을 통해 기름때를 뽑아올리는 혁명적인 기술이다. 이는 드릴링을 하면서 실시간 사이즈믹(Seismic : 진동음파)과 결합한 3차원의 신기술이다.
 
이 기술은 실시간 3차원의 사이즈믹 이미징과 엔지니어의 경험 감각에 따라 화학물질이 섞인 물을 고압으로 쏴 셰일을 파쇄, 채굴하는 기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세 가지 기술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채굴 기법을 '셰일 행위예술'이라고 말한다. 
 
셰일 기술은 2016년에 획기적으로 진화한 이후에도 여전히 숨 가쁘게 진화를 거듭하고 하고 있다. 향후 셰일오일이나 셰일가스 채굴단가를 더 낮출 여력이 있다. 셰일업계 전문가들은 10여 년 내에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싼 기름과 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엄청난 셰일이 전국적으로 부존해 있다. 땅 주인이 셰일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채굴업자들은 땅 주인과 리스계약을 맺고 미국의 4대 명절을 포함, 연중무휴로 이틀이면 채굴허가가 가능하다. 즉 토요일 신청서를 내면 월요일 채굴허가가 나온다. 따라서 채굴허가를 받고 장비를 투입하면 6주면 기름과 가스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채굴절차가 간소화돼 있다. 
 
미국은 셰일 기술의 진화로 이미 2014년 '오일&가스'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됐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연두교서(The state of the union speech/Massage)'에서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미국은 이제 더는 기름과 가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천명한다. 
 
조지 미첼이 40년 가까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한 결과 2004년 프래킹 기법을 완성, 오일과 가스를 뽑기 시작할 때다. 당시 미국 에너지청은 "향후 10년 뒤면 미국 자체 생산 가스가 고갈될 것"이라고 발표한다. 이어 미국 정부는 미 전역 13개 도시에 액화천연가스 수입시설 설치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조지 미첼이 프래킹 기법으로 그해(2004년) 시카고 '바켄 셰일'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셰일층에서 오일과 천연가스까지 채굴하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는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해 짓던 시설물을 천연가스 수출 시설물로 구조변경하는 미국 에너지 역사에 일대 반전이 일어난다. 이는 당시 미첼이 채굴하던 '바켄 셰일'에서 미국이 100년을 쓰고도 남을 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지질 학계 보고서가 나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