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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09 406 회

[글로벌 에너지] 기름값 더 오르나?...국제유가 움직이는 '8가지' 이슈
12일 이란 핵합의 폐기시 공급차질
예멘 분쟁에 홍해수송로 교통 혼란
베네수엘라 파산 압박 등 폭등 야기
기사입력 2018.05.08 11:31:45 | 최종수정 2018.05.08 11:31:45 | 한상희 기자 | hsh@ekn.kr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지난 4년 간 미국 원유재고와 셰일업체들의 원유 채굴기 수 증가 추이로 쏠렸던 글로벌 원유시장의 눈길이 중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2014년 시작된 미국 셰일업계와 사우디 아라비아 간 점유율 경쟁 이후 공급과잉에 빠져있던 지난 3년 간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원유 재고가 막대한 수준으로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해 러시아와 석유수출기구(OPEC) 간 감산 합의에 성공하면서 시장의 수급이 점차 타이트해지자,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유가를 폭등시키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진입한 가운데, 최근에는 펀더멘털과는 별개로 중동 지역 이슈 하나하나에 유가가 출렁이는 모습이다.

최근 중동에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베네수엘라 산유량이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유가는 2014년 1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7일 국제유가는 1.45% 상승하며 WTI 기준 배럴당 70.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공급이 빠듯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신규 제재 가능성과 관련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달로 예정된 이란 핵합의부터 베네수엘라 대선까지 다양한 지정학적 이벤트들이 수년만에 가장 타이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플래츠는 원유 공급 중단을 초래할 수 있는 세계의 주요 화약고들이 3년 반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유가를 추가로 상승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이란

IRAN-DAILY LIFE <YONHAP NO-3335> (AFP)

오는 12일로 다가온 이란 핵합의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이 핵합의를 폐기 가능성을 공공연히 밝히는 가운데, 이란은 핵합의가 폐기될 경우 서방 국가들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핵합의를 폐기할 경우 ‘역사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란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2012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주는 대신 이란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내용의 핵합의를 마련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체결됐던 합의를 두고 ‘최악의 합의’라고 밝히며, 합의 폐기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에 대한 제재를 일정 기한마다 유예하는 방식으로 핵합의를 준수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2일 추가로 이란에 대한 핵합의 제재 유예 조치를 갱신해주지 않으면 핵합의는 폐기된다. 앞서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유예조치를 승인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언급했다.

OPEC 3위의 원유생산국 이란은 하루 38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 규모가 큰 만큼, 공급차질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타격도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이스라엘과 트럼프 대통령이 협공으로 이란 핵합의 파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8가지 지정학적 요인들 중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으나, 핵합의 파기가 이란 원유 수출과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시각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란 핵합의 파기 시 제로에서 최대 10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배럴당 2달러에서 10달러 사이에서 유가 프리미엄이 형성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란의 주요 고객인 중국과 인도,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 예멘

예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 간 대리전도 차츰 격화하고 있다. 예멘에서는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족 시아파 반군의 갈등으로 2014년 내전이 발발했고, 2015년 3월 사우디가 개입하면서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특히, 후티 반군이 최근 사우디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달 23일과 28일에는 반군이 사우디 남서부 지잔에 있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석유 설비와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겨냥해 2∼4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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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은 홍해를 접하고 있는 국제 석유시장의 요충지 중 하나다. 주요 산유국은 아니지만, 매일 수백만 배럴의 예맨 해안을 지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 홍해

예멘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홍해수송로에 교통 혼란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예멘이 주요 원유생산국은 아닌 만큼,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중동의 교통 중심지에 타격을 가해 원유 수송 루트와 흐름을 방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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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브엘만데브 해협 역시 아라비아 반도 주변 최대 핵심 요충지 중 하나다.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의 예멘과 동아프리카의 지부티, 에리트레아의 국경을 이루고 있으며, 아라비아 해와 아덴만, 홍해를 연결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는 아랍어로 "눈물의 문"이라는 뜻으로,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로 중 하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하루 480만 배럴의 원유와 정제유가 이 해협을 통과해 유럽, 미국, 아시아로 수출됐다.


◇ 호르무즈 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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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전략상의 요충지로, 2016년 기준 185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해 전세계로 공급된다. 이 해협은 페르시아 반도와 오만 만, 아라비아 해를 연결하며, 사우디,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UAE의 원유가 통과하는 핵심 원유 수송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우디와 UAE만이 페르시아 만 외부로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국가들 같은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수송로가 없는 상황이다. 세계 원유, 정제유,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3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또, 과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으나, 애널리스트들은 미 해군이 주둔하고 있는 만큼 이란이 해협 차단을 강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란과 미국 간 관계가 악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흐름에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 시리아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으로부터 촉발된 미국 등 서방국들의 폭격 사태가 미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 간 대립 격화로 치닫고 있다. 미러 간 대리전 무대가 된 시리아 사태가 신냉전을 초래하리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양상은 중동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나, 시리아가 주요 산유국이 아닌 만큼 전체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갈등이 추가로 악화되거나 미국과 이란, 러시아 간 긴장감이 높아질 경우, 유가가 출렁거릴 수 있다,


◇ 이라크

OPEC 2위의 원유생산국 이라크는 쿠르드 지역과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오는 12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지난 해 10월 쿠르드 자치 정부가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하면서 이라크가 공습을 감행하자 내전이 격화됐고, 당시 이라크 북부부터 터키 지중해 해안 지역의 수출이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플래츠는 "이라크 총선이 원유 계약을 지연시킬 수 있는 단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라크는 지난 해 말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한 이후, 원유, 정제, 민간 인프라 섹터의 회복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 리비아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으로는 중동 외에 남미와 북아프리카 지역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북아프리카 최대 원유생산국 리비아는 일일 산유량을 100만 배럴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내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유 설비와 원유 수출 터미널이 공격을 받게되면 갑작스러운 공급 차질에 직면할 수 있다.


◇ 베네수엘라

VENEZUELA-PANAMA-POLITICS-MADURO <YONHAP NO-3663> (AFP)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은 통계 이래 최저치로 추락했고,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더 떨어질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현시점에서 베네수엘라 석유산업과 관련해 남는 의문점은 회복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지에 있다는 것이다. OPEC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일평균 산유량은 지난 2016년 215만4000배럴에서 2017년 191만6000배럴로, 2018년 3월 148만8000배럴로 감소했다. 2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44% 급감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은 유지보수의 부족, 직원 이탈, 경제 혼란 등으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이며, 수출의 95%를 석유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공장 또는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중질유이며, 수출 시에는 자국 중질유에 미국산 경유를 섞어 판매해왔다. 미국은 추가 제재에 나서기 위해 이 미국산 경질 원유 판매를 중단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재는 베네수엘라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마켓 글로벌 전략 부문장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오는 20일 제헌의회 구성을 통한 개헌 등을 강행할 경우 베네수엘라는 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파산하는 산유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이 1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갔고 국영 석유기업인 PDVSA가 가을에 디폴트를 피하려면 매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츠베타나 파라스코바 오일프라이스 닷컴의 원유 전문가는 "사실 위에 언급한 8가지 지정학적 리스크 중 어떤 것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한 두 가지만 현실화되더라도 원유 공급에 직격탄을 가할 수 있다. 특히, 감산 정책으로 인해 원유시장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는 유가를 폭등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