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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 지정학 판도가 바뀌고 있다 (1)
    2010-04-22 117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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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석유 지정학 판도가 바뀌고 있다
[주간조선]

중, 사우디 최대고객 부상 / 인도, 석유 소비 급증 / 이라크, 원유생산 증가 / 러, 에스포油의 도전 / 미, 에너지 독립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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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남부 바스라의 한 정유공장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 photo 로이터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6월 수도 리야드에서 동쪽으로 300㎞ 떨어진 쿠라이스 유전의 개발을 완료했다. 면적이 2890㎢나 되는 이 대형 유전의 추정 매장량은 270억배럴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2월 12일자)한 미래의 세계 10대 유전 중 7위에 랭크된 이 유전은 하루 1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 전체에서 생산되는 원유보다 많다. 사우디는 2006년부터 이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100억달러를 투입했고 60만배럴까지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 3개도 제작했다. 사우디는 이 유전 개발로 하루 12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가 이 유전을 개발한 이유는 2005년 부터 2007년까지 국제 석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폭등세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석유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우디의 원유 증산은 올바른 정책이었지만 현재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각국이 지난해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석유 수요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석유 공급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수요보다 많은 상태가 됐다. 사우디는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하루 8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의 4분의 1을 줄여야만 했다.

석유소비 뒤바뀐 미·중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더 감축하지 않았던 것은 중국 덕분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사우디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보다 원유를 더 많이 수입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사우디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원유는 하루 98만 9000배럴로 2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2008년 하루 150만배럴에 비해서도 크게 줄었다. 반면 사우디가 같은 해 중국에 수출한 원유는 하루 100만배럴이 넘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나 늘어난 것이며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사우디의 원유 최대 수출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은 국제 질서라는 커다란 틀로 볼 때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전세계적으로 ‘석유 지정학(Oil Geopolitics)’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에 벌어진 숱한 전쟁과 분쟁은 대부분 석유와 관련이 있다. 특히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차지하기 위해 각종 분쟁에 개입해온 것이 사실이다. 저명한 지정학자인 윌리엄 엥달은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은 언제나 막대한 원유와 가스 매장지가 있거나 중요한 송유관이 통과하는 곳”이라면서 “석유는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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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것도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몰아내고 이라크를 민주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풍부한 석유 자원 때문이었다고 많은 이들은 얘기한다.

석유는 지난 20세기는 물론 21세기에도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상품이다. 석유는 전세계 모든 국가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할 자원이다. 때문에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은 지난 60여년 동안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밀월 관계를 맺어왔다. 사우디의 원유 최대 수출국이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앞으로 중국과 사우디,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변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세계 총소비의 30% 차지

이처럼 석유 지정학 판도의 변화 요인들로는 첫째, ‘석유 먹는 하마’인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중국의 원유 수요는 향후 2년간 하루 90만배럴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원유 소비량은 2000년만 해도 하루 480만배럴이었지만 지난해 하루 850만배럴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중국이 올해 세계 전체 소비 증가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전세계 원유 수입량은 최근 2년간 9% 감소한 반면 중국은 1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의 석유 공급도 중국으로 크게 기울어질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사우디로부터 더 많은 석유를 사들인다고 해서 미국과 사우디의 끈끈한 동맹관계가 당장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석유가 단순한 경제적 재화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이미 마이어스 제프 미국 라이스대학 교수는 “석유를 둘러싼 모든 것이 지정학적”이라면서 “석유는 100% 경제적 이유만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둘째, 인도의 석유 수요 급증이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지난 2월 28일부터 사흘간 사우디를 방문, 압둘라 왕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양국의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인도 총리가 사우디를 방문한 것은 1982년 인디라 간디 이후 무려 28년 만이다. 인도는 그동안 라이벌 관계인 파키스탄을 지원해온 사우디와 별로 관계가 좋지 않았다. 싱 총리의 사우디 방문은 석유 때문이다. 현재 원유 수요량의 6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도로서는 사우디와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는 인도 원유 수입량의 25%를 공급하고 있다. 인도의 올해 하루 원유수요량은 전년 대비 14만5000배럴 증가한 330만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인도는 오는 2025년 세계 4위의 석유 수입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인도는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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