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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일권력’ 미국 부상 … 흔들리는 중동
    2013-04-03 2128 회

‘오일권력’ 미국 부상 … 흔들리는 중동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3/04/03/10723272.html?cloc=olink|article|default

[중앙일보] 입력 2013.04.03 00:46 / 수정 2013.04.03 01:40

원유·셰일가스 대폭 증산
국제시장 ‘을에서 갑’ 변신
이란 제재, 예전과 다른 약발
아랍 왕가들 정치력도 약화

미국은 글로벌 원유 시장에선 을(乙)이었다. 시장을 이끌 힘이 달렸다. 기름 소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아서였다. 이런 미국이 갑(甲)으로 변신하고 있다. 자국 내 원유 생산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이미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 원유 생산국이 됐다. 요즘 하루 생산량이 800만 배럴에 이를 정도다. 여기다 셰일가스까지 분출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유 채굴 기술의 진화와 규제 완화가 미국 증산의 가장 큰 요인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2020년에 원유 자급자족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벌써 공급 과잉 조짐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증산 때문에 소비하고 남은 세계의 석유 여유분이 하루 700만 배럴에 이른다”고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이유다.

 그 바람에 원유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원유 공급이 늘고 있는 와중에 수요는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며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인 원유 가격이 7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원유 증산이 낳을 파장은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 분석가인 댄 예르긴 등은 1일(현지시간) NBC방송 등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처음으로 이란 제재에 성공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1980년 지미 카터 이후 미국의 대통령들은 겉으론 제재의 목청을 높였으나 뒤로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눈감아줬다. 고유가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이란은 이제껏 미국 제재에도 건재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 전망이다. 자국뿐 아니라 이라크·리비아 등 서방 편으로 돌아선 나라들의 증산 때문에 이란산 석유가 없어도 원유 가격이 안정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對)중국 정책에서도 한결 우월한 지위를 누릴 수도 있다. 중국은 해마다 10~20%씩 원유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NBC방송은 “하지만 주요 산유국들이 서방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며 “미국이 주요 산유국들을 움직여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이 원유 수입을 줄인 뒤에도 중동 등 산유국에 대한 관심이 줄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칼로스 파스쿠알 미 국무부 에너지조정관은 최근 휴스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미국이 앞으로 중동 등에 무관심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나의 대답은 ‘노(No)’”라고 말했다.

 중동 등에 대한 미국 개입을 유지·강화하는 요인이 또 있다. 바로 미국발 유가하락에 따른 사우디 등 걸프지역 왕정의 위기 가능성이다. 이날 CNBC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중동 왕정의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84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재정이 적자에 들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CNBC는 “그러면 걸프지역 왕가들이 복지지출을 늘리지 못해 국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화 시위(아랍의 봄)가 다시 일어나는 시나리오다. 시리아처럼 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미국은 ‘글로벌 경찰’을 자임하고 있다. 우방들을 위해 에너지의 생산과 수송 루트를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해 왔다. 미국의 개입이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