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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속에서 金이 쏟아질까… 심해 광물을 캐는 건 리스크 큰 `로또`와 같아“
    2013-02-18 3431 회

"바닷속에서 금 쏟아지는 건, 로또처럼…"

  • 최보식 선임기자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2/17/2013021701188.html?news_Head1


    입력 : 2013.02.18 03:06 | 수정 : 2013.02.18 06:26

    "바닷속에서 金이 쏟아질까… 심해 광물을 캐는 건 리스크 큰 '로또'와 같아"

    통가의 해저열수광상 최종탐사
    싱가포르에서 시추 선박 빌려
    120일간 임차 비용만 48억원

    광물 매장량 높은 구역 선점 경쟁
    내년부터 '심해 광물' 채굴 시작
    우리나라는 광구권 4곳 확보

    국내 한 언론은 미국의 국립해양대기처(NOAA) 자료를 인용해, '심해에서 채굴할 수 있는 금의 현재 가치는 150조달러(약 16경3000조원)를 웃돌고, 지구촌 인구 70억여 명에게 1인당 금 4㎏을 나눠 줄 수 있는 양'이라고 보도했다.

    심해 속 광물(鑛物)자원 개발 경쟁이 불붙었다. 우리나라도 심해 광구 4개의 탐사권을 확보하고 있다. 총면적 11.2만㎢(남한 면적은 약 10만㎢)이다. 이 중 남태평양 통가의 바닷속에 위치한 '해저열수광상'은 오는 4월 말쯤 탐사가 완료된다.

    문재운(58) 해양과학기술원 본부장은 심해 자원 개발 업무를 22년째 맡아왔다. 미국에서 해양지질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젊은 날 1년 중 100일을 태평양에서 지냈다고 한다.

    문재운 본부장은"매장량이 많은 심해 광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나라 간 경쟁이 불붙고 있다"고 말했다./이태경 기자
    ―1인당 4㎏씩 나눠 줄 수 있는 금이 바닷속에 매장돼 있다니…, 장밋빛 세상이 그려진다.

    "사실 이는 해저에 매장된 금의 양을 말한 게 아니다. 바닷물 자체에 포함돼 있는 금의 성분까지 합친 것이다. 바닷물의 양이 워낙 많으니 그렇게 나올 수 있다."

    ―금(金)이 육지보다 바다 밑에 더 매장돼 있는 것은 맞나?

    "우리나라가 확보한 남태평양 통가의 '해저열수광상'에는 금이 묻혀있다. 육지에서는 광석 1t당 5g이 들어있으면 개발 가치가 있다. 통가 바다 밑에는 1t당 10g쯤 있다."

    ―지금까지 해저에서 어떤 광물을 얼마나 채굴했나?

    "사실은 아직 채굴한 적이 없다. "

    ―요란하기만 했을 뿐 실제 손에 쥐어진 것은 없는가?

    "얼마 전 캐나다 광산 업체 '노틸러스 미네랄스'가 파푸아 뉴기니에서 해저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 당장 내년부터 심해 광물 채굴이 이뤄진다. 먼 꿈으로만 알았던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1970년대에 미국 등이 태평양 밑에서 광물을 캐려고 했던 걸로 알고 있다.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민간 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태평양에서 탐사를 추진했다. 미국 개척 시대에 서부의 '골드 러시' 붐과 비슷했다. 하지만 치솟을 줄 알았던 광물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심해 광물 개발은 육상보다 시설 투자가 훨씬 많이 든다. 채산성이 안 맞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광물 시장 가격을 예측하지 못해 좌절됐다는 것인가?

    "당시 전기자동차가 나오면서 배터리 재료로 '니켈'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배터리를 리튬으로 만들면서 니켈 수요가 줄어들었다. 또 제련 과정에서 니켈을 뽑아내는 기술이 발전했다. 심해 광산에서 니켈을 캐면 상업적 수지가 안 맞았다. "

    ―그때 광물 가격이 오르는 추세였다면 지금쯤 심해 광물이 실용화됐을까?

    "그렇게 본다. 심해 광물을 캐지는 못했지만, 당시 록히드 마틴사는 탐사 장비를 수심 5000m까지 집어넣었다. 실험용 채굴도 했지만, 경제성 때문에 중단한 것이다. 한 기업은 2억달러 이상 날린 것으로 안다. 광산 개발은 늘 그런 리스크가 있다. 육지 광산도 탐사에서 실제 개발까지 가는 경우는 0.5%밖에 안 된다."

    ―깊은 바닷속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작업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한가?

    "석유와 가스전 개발 때는 수심 2500m까지 들어간다. 심해 광물 채굴도 이와 비슷하다. 해저에서 긁어 모으거나 흡입해야 할 것이다. 불도저나 진공청소기 기능을 띤 로봇이 동원되고, 고압 파이프로 광물을 빨아 올리게 된다."

    ―70년대 말 중단됐던 심해 광물 탐사 붐이 요즘 와서 다시 불붙은 이유는?

    "광물 가격이 오르고, 육지의 광물 자원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해(公海)에서 획득하는 광구권은 일종의 '해양 영토'가 될 수도 있다."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는 공해의 해저 광구에서 따로 '주인'이 있을 수 있나?

    "공해는 임자가 없어 선진국이 먼저 차지했다. 1994년에 들어서야 '공해는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내용의 유엔해양법이 발효됐다. 후발 주자들에게도 기회가 열린 것이다. 3000만달러 이상을 탐사 활동에 투자한 내역서를 보고하면 광구권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광물 매장량에 대한 사전 탐사 없이 무턱대고 어떤 구역을 확보하겠다고 나서면 돈만 날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태평양에서 '망간 단괴' 광구를 확보한 것은 세계에서 7번째라고 들었다.

    "7번째로 등록했다는 것은, 선진국이 더 좋은 자리를 이미 차지하고 난 뒤라는 뜻도 된다."

    ―광물 매장량이 높은 지역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경쟁이 벌어진다는 뜻인데.

    "물론이다. 태평양에서 '망간 단괴' 광산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130만㎢ 구역에서 탐사를 벌였다. 역시 이 구역에서 조사를 벌이던 중국이 광구 등록을 먼저 했다. 결국 우리는 다른 구역 30만㎢를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 통가에서도 좋은 구역을 놓고 캐나다 민간 기업인 노틸러스사와 경쟁했다. 우리가 또 졌다. 하지만 피지에서는 우리가 이겼다."

    ―그런 승패는 누가 가리나?

    "공해(公海)의 광구는 유엔에 먼저 등록하면 이긴다. 통가피지 같은 연안국 수역에서는 해당 정부가 계약 조건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심해 광물 샘플을 채취하는 과정.

    ―바다는 무한히 넓고, 온 바다 밑에 광물이 묻혀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해저 광물을 처음 발견한 이는 '비글호'를 타고 항해했던 찰스 다윈이었다. 심해의 바닷물을 떠서 실험하는 과정에서 광물질이 채취됐던 것이다. 그 뒤 지질학적으로 광물이 집중 생성되는 지역이 밝혀졌다."

    심해 광산의 종류는 크게 '망간 단괴(덩어리)' '망간각(뿔)' '해저열수광상' 세 가지로 분류된다. 바닷속 퇴적물의 금속성분이 뭉쳐 형성되는 '망간 단괴'는 깊은 해저의 평평한 지역에 분포한다. 주로 망간 성분이고, 니켈, 구리, 코발트가 들어있다. '망간각'은 해저의 산 경사면에서 바닷물 자체의 금속 성분이 침전해 생성된다. 현재로서는 가장 경제성이 높은 '해저열수광상'은 해저의 화산 활동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런 지역 안에서도 광물 매장 지점을 또 찾아내야 하지 않는가?

    "무작위로 할 수밖에 없다. 탐사는 처음 수중 카메라로 시작한다. 배 위에서 줄을 달아 해저까지 내려 보낸다. 더 엄밀하게 보려면 카메라가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 잠수정'을 동원한다. 샘플을 떠 성분 분석도 한다. 여기까지는 표층 조사다. 매장량을 파악하려면 광물이 포함된 광석의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그걸 위해 탐사의 마지막 과정으로 시추를 한다."

    ―해저 속을 또 파 들어가서 채굴한다는 뜻인가?

    "해저 밑을 파서 채굴해야 한다면 경제성이 없다. 노천 광산처럼 해저 표면에 얼마나 분포돼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일정한 두께가 형성돼야 매장량이 확보된다. '해저열수광상'은 광석층 두께가 5m만 되면 경제성이 있다. 이 때문에 시추도 해저 속 10m까지만 한다."

    ―통가의 '해저열수광상' 탐사는 오는 4월 말쯤 완료된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탐사해본 바로는 어떤 광물이 얼마나 있나?

    "육상에서는 광석 매장량 1000만t이면 구리가 0.5%가 박혀있어도 경제성이 있다. 심해 광산에서는 매장량 100만t에 3%이면 채산성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확보한 통가의 구리 광산은 매장량 430만t에 5%쯤 될 것으로 본다. 앞서 말한 금(金)도 충분히 묻혀있다. 시추를 통해 경제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는 '해저열수광상'의 시추를 현장 지휘하는 이경용(56) 개발사업단장이 답변했다.

    ―바다 밑으로 몇 군데를 뚫나?

    "통가의 해저열수광상 면적은 총 2만4000㎢다. 이 중 460m×460m를 정했다. 이 속에서 60군데를 시추한다. 유전(油田)은 1㎞ 속까지 뚫지만, 우리의 경우 10m 정도만 뚫는다."

    ―우리나라에서 시추선이 현장으로 가는가?

    "우리나라에는 석유개발공사 소유의 시추선(무성호)이 딱 한 대 있다. 이를 임차하는 데 하루에만 2억원이다. 경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싱가포르에서 탐사와 시추를 할 수 있는 5000t 규모의 선박을 빌린다. 하루 임차료가 4000만원이다. 이 배에는 선원 20명, 기술자 10명, 분석 연구원 10명 등을 포함해 총 45명이 탄다. "

    ―시추 작업은 얼마나 걸리나?

    "싱가포르에서 통가까지 배가 운항하는 데 20일 걸린다. 왕복 40일이다. 시추 작업을 하는 데는 50일이 걸린다. 선박을 사용하는 기간은 120일이다. 임차 비용만 48억원이 드는 셈이다. 심해 자원 탐사 예산에서 4분의 3이 선박 임차료로 나간다. 통가의 '해저열수광상' 사업에는 민간 기업 5곳이 참여했다. 정부와 민간이 5:5로 내고 있다."

    ―심해 광산을 개발할 경우 해당국과 수익 배분은?

    "아직 그런 논의는 없었지만, 해당국에 세금을 내고, 로열티로 수익의 5%쯤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현지인 고용과 생산 기지 건설도 요구받을 것이다."

    ―환경 파괴가 따르지 않는가?

    "태평양에 확보한 '망간 단괴' 광산은 2만㎢에 걸쳐 채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바닷물이 혼탁해지고 바닥은 파헤쳐진다. 당연히 환경 파괴 문제가 대두할 것이다. '해저열수광상'의 면적은 이보다 훨씬 좁지만 거기에는 희귀 생명체들이 산다. 환경문제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 해저 광물은 바닷물에서 꺼내기 때문에 염분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련 시설에 돈이 많이 들 수 있다."

    ―게다가 시추를 해서 허탕이면 다 날리지 않겠나?

    "아직까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게 사실이다. 심해 자원 개발은 어쩌면 '로또의 대박'과 같아 고비용·고위험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도 피할 수 없다.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달리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육지에는 노천 광산이 없다. 다 캐먹었기 때문이다. 바닷속에는 그런 '노천 광산'이 그대로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9년 하와이대학에서 해양 조사선을 빌려 심해 광물 자원을 처음 탐사했다. 처음으로 태평양에서 '망간 단괴' 광구를 확보한 것은 1994년이었다. 그 뒤 통가(2008년)·피지(2011년)·인도양(2012년)의 '해저열수광상' 탐사권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