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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동 `순망치한` 관계 다져야
    2012-03-12 8890 회

한·중동 `순망치한` 관계 다져야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31187401

전세계 에너지안보 치열한 경쟁
UAE 유전개발 진출로 발판마련
문화교류 병행해 효과 극대화를

임종세 <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 교수 >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말한다. 이 사자성어는 상호 의지하며 협력해 나가는 외교정책이 현명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중동이라는 새로운 시장과 본격적인 교류의 문을 열었다. 그간 주요 건설사들의 기술력과 노동력을 근간으로 한 선제적 진출로 우리나라와 중동은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중동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교역국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연이어 발생한, 중동 지역이 연루된 국제적 갈등으로 인해 중동시장의 잠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다가가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중동이 변하고 있다. 산유국이라는 태생적 축복에 사로 잡혀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자신들의 벽을 조금씩 허물며, 새롭게 구축되는 글로벌 시대와 조심스런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관점에서, 중동국가들과의 점진적이고 밀접한 관계 형성을 통한 신협력 패러다임 확립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와 한국 측 컨소시엄 간에 이뤄진 ‘UAE 유전개발 본 계약 체결식’이 성공리에 진행됐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 그리고 민간기업인 GS에너지가 이끌어 낸 이번 중동 진출 사업은 석유 메이저 회사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중동지역 유전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더불어 21세기 ‘제2의 중동 붐’에 발맞춰 외교 측면에서도 새로운 국면을 이끌어 나갈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서 우리는 UAE를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과의 한 단계 진보된 관계 형성을 위한 ‘21세기형 순망치한’의 시대적 정의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자원 외교 측면의 순망치한’이다. 전 세계는 현재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치열한 자원확보 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까지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35% 달성이라는 중기적 목표를 세움으로써 이런 시대적 과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UAE 유전 확보를 초석으로 해 우리는 국가 에너지 안보는 물론, 지속적인 해외자원개발 사업기회 발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사회 문화 측면의 순망치한’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은 해당 지역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됐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중동 진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기조와 더불어 사업을 통한 인적 교류는 서로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게다가 최근 아시아, 유럽 그리고 미주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대중문화는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한 문화적 교류로 새로운 시장가치의 발견은 물론, 상호간의 사회적 성숙 역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거시경제 측면의 순망치한’이다. 이번 UAE 유전개발사업 진출은 단기적 수익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파생하게 될 다양한 산업에서의 기회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나아가 중동 지역 건설 수주 기회의 확대, 교육 및 의료 서비스 시장 진출, 금융 시장 교류 등 각 분야의 주체들은 이번 중동 진출이 몰고 올 잠재적 변화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이제까지의 중동 그리고 대한민국이 형성해 온 경제적 협력 관계가 보다 새롭고 진보된 가치로 전환될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다.

중동은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적 흐름을 읽고 앞서 행동을 하는 자만이 흐름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중동시장은 다소 멀리서 특정 산업의 교류를 통해 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이번 UAE 유전개발 계약은 그 시작을 알리는 기분 좋은 신호탄임이 분명하다.

임종세 <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 교수 jslim@h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