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Home / News

LAB's News

새소식

새소식

  • 석유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2012-03-04 8035 회

[기고/류권홍]석유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http://news.donga.com/3/all/20120222/44227766/1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수출이 주된 경제적 기반인 국가에서는 산업의 식량인 석유의 안정적인 확보 문제가 항상 국가의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하고 동시에 다른 무엇보다 앞서 정책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2011년 국제에너지기구의 에너지 예측에 따르면 2035년에도 세계 에너지원의 80%를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그중 석유는 환경적 제약 등에도 불구하고 28% 정도로 여전히 중요 에너지원으로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에너지 안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적정한 가격에 에너지가 중단 없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의미의 에너지 안보는 석유와 가스의 적극적 개발과 수입처의 다변화 그리고 에너지 효율성 증대 등의 방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 동안 녹색 우선 정책으로 인해 석유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대한 부분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 왔다.

하지만 환경과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한 신재생에너지는 세계적으로 2035년에도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머물 것이다. 그 이유는 바람이 불 때나 태양이 빛나는 낮에만 전기가 생산되는 등의 자체적 한계뿐 아니라 생산비가 높다는 비경제성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태양력이나 풍력은 단순히 전기만 생산할 뿐 의약품 페인트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은 전혀 생산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그럼 석유는 30년 또는 40년이 지나면 고갈될까. 현재의 기술과 경제성을 기준으로 생산 가능성이 90% 이상인 확정 매장량은 약 1조5000억 배럴이고, 50%의 가능성이 있는 추정 매장량은 약 5조5000억 배럴에 이른다. 현재 하루 소비량인 약 9000만 배럴을 기준으로 해도 인류가 15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비전통 석유인 셰일석유, 샌드오일, 치밀석유 등을 포함하면 몇십 년 안에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거의 없다.

그리고 석유가 환경문제의 주범인가. 만약 인류가 지금까지 석유를 쓰지 않고 나무나 석탄을 사용했다면 지구는 죽음의 혹성이 됐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연료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발달로 환경문제도 상당히 해소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에너지 안보에는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는 경제원리만으로 답하기 어려운 국제정치적 문화적 법적 기술적 문제가 혼합돼 있다. 알카에다 대변인의 “십자군 국가들의 생존을 위한 공급라인이며 동맥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겠다”는 말에서 에너지가 갖는 국제정치적 의미를, 그리고 “만약 우리가 석유를 취득할 수 없다면 우리는 식량도 섬유도 그리고 대영제국의 경제 발전 동력에 필요한 그 어떤 것도 취득할 수 없습니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1913년 의회 연설에서 석유가 갖는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석유 개발은 지구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이며,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까지 38조 달러가 에너지 분야에 투자되고 그중 20조 달러는 석유와 가스 개발에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석유와 가스 개발에 약 5500억 달러가 투자됐고 그중 엑손모빌이 288억 달러를 투입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2012년 석유와 가스, 광물을 포함한 전체 해외자원 개발 투자액은 118억 달러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지위가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자원 개발에서 잡음이 있다고 해서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투자를 중단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