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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25 2167 회

 

[프리미엄 리포트] 한국 유일의 시추시설, 동해 가스전의 불꽃이 꺼졌다

2022.04.23 06:00
2004년부터 가스와 석유를 뿜어낸 동해 가스전에 지난해 말 고갈되며 시추가 중단됐다. 한 한국석유공사는 동해 지역을 바탕으로 대륙붕 탐사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2004년부터 가스와 석유를 뿜어낸 동해 가스전이 지난해 말 고갈되며 시추가 중단됐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한국을 산유국의 지위에 올린 동해 가스전의 타오르는 불꽃이 지난해 수명을 다했다. 동해 가스전은 1998년 발견됐고, 2004년부터 가스와 석유를 뿜어내며 지난해 말까지 2조 7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국내 유일의 화석연료 시추 시설이다. 그렇기에 동해 가스전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을 찾지 못한다면 그간 유지해온 산유국의 지위를 잃을 전망이다. 경제는 물론 에너지 안보에도 막대한 영향이 미칠 수 있는 현 상황에 새로운 가스전과 유전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동해 가스전이 고갈되며 시추가 중단됐습니다. 이를 대체할 유전과 가스전을 찾기 위해 동해 지역을 바탕으로 대륙붕 탐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동해 가스전의 생산 종료를 맞이한 한국석유공사는 동해지역을 바탕으로 대륙붕 탐사에 나선 상황이다. 후보지는 동해 가스전이 자리한 6-1광구와 그 인근인 4광구, 5광구다. 이 지역들은 대륙붕이 넓게 펼쳐져 있으면서도 기존 동해 가스전과 인접해 있어, 경제성이 있는 유전 또는 가스전이 발견될 확률이 높은 곳이다.


수명을 다한 동해 가스전은 탄소저장소로 활용될 전망이다. 가스를 시추하고 남은 지하 공간에 산업체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저장한다는 계획이다. 예상되는 저장량은 2025년부터 30년간 총 1200만 t(톤)이다. 지난해 9월 한국석유공사는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과 관련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왜 대륙붕에 주목할까

 

서해와 남해, 동해에서는 한국과 인접국들의 자원 탐사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동해 지역에서 시추를 시도할 전망이며, 남해에서는 이미 중국의 유전이 가동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동해 가스전이 위치한 동해를 중심으로 탐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자료 한국석유공사(2021년 6월 기준)/동아사이언스DB
서해와 남해, 동해에서는 한국과 인접국들의 자원 탐사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동해 지역에서 시추를 시도할 전망이며, 남해에서는 이미 중국의 유전이 가동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동해 가스전이 위치한 동해를 중심으로 탐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자료 한국석유공사(2021년 6월 기준)/동아사이언스DB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대륙붕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석연료는 육상뿐만 아니라 해저까지의 대부분 퇴적분지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해저 퇴적분지의 경우에는 육상 퇴적분지보다 접근이 어렵다. 이 때문에 해저에서는 화석연료를 찾더라도 경제성을 따져야 한다. 육상보다 시추에 어려움이 많고, 다양한 장비가 필요한 만큼 비교적 얕아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수월한 대륙붕이 주목받는 이유다. 대륙붕은 연안에 분포하는 해저지형으로, 해수면의 상승과 파도의 침식작용 등으로 퇴적물이 쌓인 지형을 말한다.


화석연료 탐사는 네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탐사지역의 형성과정과 퇴적층 분포 등 지질학적인 측면을 연구하는 퇴적분지 연구로 시작된다. 이를 바탕으로 지질학적으로 연관된 구조를 찾는 플레이 연구, 화석연료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유망구조 연구가 이어진다. 이후 화석연료가 만들어지고 매장될 수 있는 요소를 분석하는 석유 시스템 연구로 화석연료 매장지를 보다 면밀히 예측한다. 


탐사에는 해저 지질자원 탐사선을 활용한 지진파 구조탐사 방법이 쓰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하는 해저지질탐사선 ‘탐해 2호’가 대표적이다. 탐해 2호에는 해저 영상을 촬영하기 위한 에어건과 스트리머 수진기가 탑재됐다. 또 정밀 지형 분석에 쓰이는 다중빔 탐사장비와 해저면에서 수십 m 이내인 천부 지층 탐사에 쓰이는 첩, 해저 퇴적물 채취를 위한 피스톤 코어러 등도 함께 실려 있다.


에어건과 스트리머 수진기는 해저지형 탐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에어건은 압축된 공기로 만든 인공 지진파를 발사한다. 인공 지진파는 바다와 해저지형을 통과하며 지형의 물성에 따라 반사된다. 반사된 신호는 해수면에서 3~6km 펼쳐둔 스트리머 수진기에 의해 수집돼 분석을 거친다. 스트리머 수진기 내부의 하이드로폰에서는 지진파의 한 종류인 P파를 수신한다.


이외에도 지층의 종류와 형태를 분석해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가 모여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직접 퇴적물을 수집하는 등의 연구를 통해 매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최윤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장은 “지진파 탐사를 통해 해저의 화석연료 매장 가능성을 영상으로 만들고, 직접 퇴적물을 채취해 이를 해석하면 경제성이 높은 구조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저지형을 3차원(D)으로 탐사하면 보다 정밀한 분석도 가능하다. 다수의 에어건과 스트리머 수진기를 바둑판식으로 펼쳐 배열해 동시에 넓은 지역에서의 지진파를 수신하는 방법이다. 2D 탐사보다 넓은 면적의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지하 구조나 유체 분포 등을 상세히 알 수 있다. 여기에 같은 지역에서 기간을 두고 탐사하면 시간에 따라 해저지질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4D 탐사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현재 건조되고 있는 탐해 3호가 2024년부터 해저 자원에 대한 본격적인 정밀 탐사에 나설 전망이다.

 

예기치 않은 장애물 만난 대륙붕 탐사

 

2010년 멕시코만에서 이상 고압대 시추 중 블로아웃이 발생했다. 이상 고압대는 투과가 어려운 지형으로 갇힌 지층에 압력이 가해져 내부가 고압 상태인 경우를 말한다. 퍼블릭도메인 제공
2010년 멕시코만에서 이상 고압대 시추 중 블로아웃이 발생했다. 이상 고압대는 투과가 어려운 지형으로 갇힌 지층에 압력이 가해져 내부가 고압 상태인 경우를 말한다. 사진은 2010년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 당시. 위키피디아 제공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6월 동해 가스전에서 북동쪽으로 44km 떨어진 ‘방어 구조’에서의 시추를 시도했다. 기름기가 많은 어류인 방어처럼 많은 자원을 품고 있길 바라는 뜻을 담아 이름 붙였다. 사전 탐사 결과에 따르면 방어 구조에는 원유 환산 기준 약 7억 배럴에 달하는 화석연료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작한 시추는 안전상의 문제로 2달여 만에 중단됐다. 이상 고압대를 만난 탓이다. 이창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이상 고압대란 내부의 압력이 과압력인 상태의 지층을 말한다”며 “이상 고압대에서 시추를 한다면 블로아웃(Blowout)이라 부르는 폭발적인 분출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상의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상 고압대는 상하부 지층이 투과가 어려운 지형이 구조적으로 변형돼 만들어진다. 변형으로 부피가 좁아지면 내부에 갇힌 액체나 기체 등의 압력이 과도하게 높은 상태가 돼 작은 틈으로도 블로아웃이 일어날 수 있다. 방어 구조가 자리한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서 이상 고압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울릉분지 남서쪽에 위치한 돌고래 구조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상 고압대 지역에서 시추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블로아웃 방지기(BOP)를 이용하거나, 시추할 때 쓰이는 윤활제인 이수의 비중을 조절하면 어느 정도 수준의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블로아웃을 확실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게다가 만약 이상 고압대에서 블로아웃이 발생하면 막대한 환경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010년 멕시코만에서 시추 시설이 폭발하며 원유 7억7000만 L가 유출된 딥워터 허라이즌 사고도 이상 고압대 시추를 시도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이상 고압대 시추 중 발생한 블로아웃 발생 경위.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한반도를 둘러싼 대륙붕은 중생대 백악기에서 신생대 사이에 쌓인 퇴적물로 이뤄졌다. 현존하는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대부분은 신생대 지층에서 발견되는 만큼 추가적인 화석연료의 발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방어 구조 시추가 중단된 이후, 현재는 다시 한번 동해 가스전 인근을 중심으로 탐사에 나선 상황이다.


해양자원 둘러싼 경쟁은 진행 중


화석연료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제 공급망 붕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적인 이슈의 여파가 에너지 공급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에너지는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만큼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국가 경제에는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물론 화석연료 탐사가 경제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국제관계와 지질학 연구, 군사안보 등 다양한 영역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바로 화석연료다.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산유국 지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 중동 지역 산유국의 경우에는 비산유국과 자원 관련 산업을 진행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최 센터장은 “이웃 국가와 해양 경계를 획정하는 일에서도 해저 자원의 매장량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뚜렷한 국경이 없는 바다에서 이웃 국가와 경계를 짓기 위해서는 해저 자원의 부존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미 해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은 심화되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30년 만에 동해상에서 석유탐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시추를 시도한 방어구조와 가까운 지역이다. 또 서해 인근의 장수분지에서는 중국이 경제성이 있는 유전을 발견했고, 남해에 근접한 동중국해에서는 이미 중국의 유전이 가동되고 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대륙붕에 한국이 설치한 시추공은 서해에 6개, 남해에 8개, 동해에 26개 존재한다. 특히 동해 가스전이 자리한 동해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탐사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서해와 남해 지역에서는 아직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최근 탐사시추에서 경제성이 있는 유정을 발견할 확률은 3D 탐사를 기준으로 30%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현재 동해를 제외한 남해와 서해의 탐사시추 숫자를 따져 보면 석유 탐사 연구에 대해 더 많은 시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동해 가스전. 한국석유공사 제공

※관련기사 [과학동아 4월호] 한국 유일의 시추 시설, 동해 가스전의 불꽃이 꺼졌다

  • 이병철 기자 alwaysa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