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웃는 기업들이 있다. 10여 년 자원 개발에 묵묵히 나섰던 LX인터내셔널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코로나·우크라이나 사태로 발생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자동차·철강·배터리를 비롯한 주요 산업 분야 대부분이 원가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이 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특수를 누리는 것이다. 한 상사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시장 부침과 관계없이 자원 개발에 투자해온 상사업체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LX인터·포스코인터 최대 실적 전망
LX인터내셔널은 1분기 잠정 매출이 전년보다 33.5% 증가한 4조9181억원을 예상한다고 최근 밝혔다. 영업이익은 116.9% 증가한 2457억원이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1분기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율이 예상된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593억원이다. 작년 1분기보다 25.5% 증가한 수치다. 일부 증권사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시장 기대치를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업체들의 실적이 이처럼 대폭 개선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이어지는 글로벌 원자재 대란 덕분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위축됐던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각국에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한 데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호주·중국에서 석탄 광산을 갖고 있다. 동북아 지역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4월 23일 t당 84.41달러에서 지난 15일 t당 236.7달러로 180% 올랐다.
2013년부터 미얀마 가스전을 확보해 운영해온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유가에 연동하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현대코퍼레이션도 철강·화학 원자재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1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새 정부, 민간 부문 투자 지원해야
상사업체가 자원 개발 효과를 보는 것과 달리 지난 10년간 정부 차원의 자원 투자는 대폭 축소됐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미래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공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투자는 2011년 70억 달러(약 8조6000억원)에서 2020년 7억 달러로 90% 감소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자원 개발은 손을 놓은 것이다. 민간에 대한 자원개발 융자 예산도 2010년 3093억원에서 2021년 349억원으로 89% 축소됐다. 2012년 33건이던 신규 해외자원 개발 건수는 2020년 2건, 2021년 상반기 1건으로 줄었다.
이런 탓에 한국의 6대 전략 광물인 유연탄·우라늄·철·동·아연·니켈의 자립도는 28%로 경쟁국인 일본(76%), 중국(65%)보다 크게 떨어져 위기 상황에 취약한 구조다.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자원 외교를 적폐로 몰면서 가격이 낮을 때 자원을 확보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